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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테릭스] 캐릭터스 – 제본 지프: 울버린과 달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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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스- 제본 지프: <스키나(Skeena) 캣스킹> 설립자 겸 운영자

글: 리사 리차드슨, 사진: 마티아스 프레드릭슨

주) 캣스키(Cat Ski): ‘스노우 캣’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설원용 전동차를 타고 산을 올라 즐기는 스키. 인공적인 슬로프 대신 자연적인 설산 위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일반적인 산악스키와 달리 직접 산에 올라갈 필요가 없으면서 헬리콥터를 이용한 ‘헬리스키’보다 비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 

캣스키라는 아웃도어 활동의 핵심은 루트, 즉 길이다. 길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통신망은 두절되고, 신경계는 끊어지며, 피는 더 이상 돌지 못한다. 움직일 수도 없고,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즐거움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멈춰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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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길을 만드는 ‘로드 빌더’(Road Bulider)는 아주 섬세하고 대담하면서, 정교한 솜씨를 갖춘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어야 한다.

제본 지프. 캣스킹을 위한 설상차 루트를 만드는 로드 빌더이자 캣스킹 프로그램 설립자 겸 운영자다. 활동 무대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전역. 이런 방면에서 손재주가 뛰어난 이들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이곳의 모나쉬즈 산맥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학교를 중퇴한 뒤, 소소하게 받던 스노보드 협찬까지 포기한 채 얻은 첫 직장은 <모나쉬즈 파우더 어드밴쳐스 스키 리조트>. 언젠가 자신만의 캣스킹 루트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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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본 지프

지프는 기계를 다루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7살 때 이미 벌목공이었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목재용 트랙터를 운전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신만의 꿈을 실현할 곳을 찾아 브리티시 콜럼비아 북부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채터 크릭 스노우캣>에서 일하며 캣스킹 루트를 개척하기도 했다.

아직 20대 청년이었던 2009년, 그는 마침내 브리티시 콜럼비아 북부 유일이자,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캣스킹 업체인 <스키나 캣 스키>를 설립했다. 하루 24명 내외의 스키어들과 함께 600 평방킬로미터 규모의 최상급 대설지대를 자유롭게 누빈다. 해발 1200미터에 위치한 반원형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설상차와 함께 산을 올라 스키를 즐긴다. 저녁 만찬 메뉴는 인근 강에서 잡은 연어. 디저트로는 길에서 딴 야생 허클베리가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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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대의 금광꾼들처럼, 지프도 거친 야생의 공간을 갈고 닦기 위해 자신의 모든 땀과 눈물, 열정을 쏟아 부었다. 사업 시작 후 마침내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은행의 빚 독촉 전화에서 해방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여름 내내 낡은 옷을 입고 오래된 장비를 쓰며 일한다. 모든 수익을 오롯이 스키 프로그램에 쓰기 위해서다. 끝없이 펼쳐진 눈부신 설원을 만끽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이들에게 최고의 캣스킹 경험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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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나 캣스킹>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칼라 찰튼

“지금 살고 계신 곳 주변의 산을 한번 보세요. 하나같이 이름이 있고 소유주도 있을 겁니다. 반면 이 곳에는 수백 개의 산이 있는데도, 그 중 이름이 있는 건 10개 정도밖에 안돼요. 방문객들이 종종 ‘저 산 정상은 뭐라고 불러요?’라고 묻곤 하는데…” 지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름도, 소유주도 없는 산들. 이곳을 제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고 있는 지프에게 조차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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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이 곳에는 곰과 늑대, 심지어 울버린까지 넘쳐난다. 울버린이라고 하면 영화 속 휴 잭맨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실제 울버린이란 동물은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치 곰과 족제비 사이 이종교배로 태어난 돌연변이 같은 무시무시한 동물이다.

“엄청나죠. 몇 년 전 채터 크릭 스키장에서 스노모빌을 타고 가다 울버린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울버린은 보통 시속 65~70㎞로 달리는데, 제 옆에서 바람 소리를 내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더니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 채 달려들었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동시에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경외감의 순간이기도 했다. “정말 대박이었어요! 무섭고 거친 야생동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멋지기도 했거든요!”

지프는 도전 앞에서 겁을 먹은 적이 없는, 그런 사람이다. “캣스킹 루트를 만든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겁쟁이라면 할 수 없어요. 까딱하면 눈사태가 일어날 산 위에서 나무들과 씨름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이곳에선 영리함보다는 우직함이 더 필요한 덕목입니다.” 실제로 그는 40킬로미터 길이의 캣스킹 루트를 혼자 만들기도 했다. “뭐. 사람을 고용할 돈이 없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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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데 뭔가 대단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시간을 스노모빌 위에서 보냈어요.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신념을 지키는 것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죠. 만약 그렇지 못하면 엉뚱한 길로 빠지게 되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괜히 전화통을 붙잡고 바쁘고 정신없이 시간을 허비하곤 합니다.”

“예전에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있어요. 정말 끔찍한 고통이었죠. 그런 저에게 의사는 ‘치료약은 없어요. 다만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항생제를 처방해드릴 수는 있습니다’라고 했죠. 미칠 듯이 아픈데도 그냥 저절로 낫기를 기다리는 것밖엔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 일은 제게 작은 가르침을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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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왔을 때가 기억나네요. 그때만 해도 요즘 같은 위성사진 서비스가 없었어요. 지형을 파악하려면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를 보며 직접 스키로 이동해야만 했죠. 그건 무리다 싶어 결국 스노모빌 2대를 구입해 2킬로미터 가량 이어진 빽빽한 숲 사이를 돌아다녔습니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곳이었죠. 이제까지 경험한 라이딩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그런 곳을 찾고 싶으신가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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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렸을까. 마침내 기나긴 숲을 빠져나온 그의 시선은, 계곡 아래 한 장소에 고정됐다. 바로 오늘날 <스키나 캣스킹>의 베이스 캠프가 자리 잡은 곳. 그 순간 지프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마침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는 것을.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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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나 캣스킹>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https://skeenacatskiing.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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